다이쇼 14년, 동인지 『푸른 하늘』 창간호의 권두를 장식한 카지이 모토지로의 단편 『레몬』은 불과 수천 자 속에 울적한 청년의 마음이 한 알의 과일로 인해 순간적으로 구원받는, 일본 근대 문학 굴지의 시적 순간을 새겨 넣은 작품이다. 폐질환과 빚쟁이에게 쫓기며 거리를 정처 없이 방황하는 ‘나’는 테라마치 거리의 과일 가게에서 문득 눈에 띈 레몬을 하나 산다. 그 차가움과 향기에 시종 짓눌려 있던 ‘정체 모를 불길한 덩어리’가 아주 조금 풀린다. ‘나’는 그 레몬을 일찍이 사랑했던 서점 마루젠의 화집 더미 위에 살며시 남겨두고, 그것을 폭탄에 비유하며 산산조각으로 폭발하는 공상을 품은 채 거리를 떠나간다. 이 정적 파괴의 몽상은 폐쇄된 청춘의 초조함을 폭력이 아닌 시정(詩情)으로 돌파해 보인 드문 결말로서 오늘날까지 읽히고 있다.
발표 당시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이 작품을 문단에 각인시킨 것은 비평가들의 말이었다. 고바야시 히데오는 카지이의 초조함을 ‘지적이라기보다 예민한 감수성이 강요한 일종의 가슴 답답함’이라 평하며, 거기에는 ‘퇴폐 혹은 쇠약함을 연상시키는 것이 없다’고 단정했다. 미시마 유키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레몬』을 일본 단편 소설의 최고봉으로 위치시키며, ‘한 개의 레몬이 독자의 눈앞에 던져진 것 같은 선명한 감각적 인상을 남기며 끝나는 작품’이라고 찬사했다. 미시마는 또한 카지이, 나카지마 아쓰시, 마키노 신이치를 나란히 세워 ‘밤하늘에 꼬리를 끌며 사라진 별처럼’ 독창적인 작품군을 남긴 작가들이라 부르며, ‘카지이 모토지로 정도의 시적 결정을 성취한다면 충분히 현대 소설의 활로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이 한 알의 레몬은 문학의 틀을 넘어 일본인의 감성에 깊이 뿌리 내렸다. 작품 속 배경이 된 교토 테라마치의 과일 가게 ‘야오우’와 마루젠 서점은 오랫동안 많은 독자가 실제로 레몬을 두고 가는 성지가 되었고, 오사카 우쓰보 공원에는 작품의 한 구절을 새긴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사다 마사시는 자신의 곡 「레몬」에서 무대를 도쿄 오차노미즈로 옮기면서도 레몬을 다리 아래로 던지는 폭탄으로 비유하는 카지이의 이미지를 계승했다. 작가 가토 시게아키도 자신의 단편 영화 속에서 이 작품의 우울과 희미한 구원의 감각을 오마주로 담아냈다. 한 개의 과일에 세계의 파괴와 구원을 동시에 기탁하는 역설적인 상상력은 발표 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표현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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